- 2009/12/16 인터넷 시대 & 정체성
인터넷 시대 & 정체성
2009/12/16 13:40 Filed in: Thoughts
어젯밤에 UX-Factory 2010 에 참가한 이후, 12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는데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영감을 주는 많은 이야기들,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경험들을 들으며 캣치할 것들을 고이고이 저장해두려는데 자꾸만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그것이 뭔고 풀어보면..
전에 한 간략한 포스팅 중에 인류의 축적된 지식에 감탄하며 감사하자는 것이 있었다.(백지화 참조)
정보의 축적은 인터넷 시대만의 혜택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꾸준히 진행된 하나의 흐름이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나 일제 식민지 시절의 유실 같은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지만, 인류의 지식과 지혜는 대대손손 전해져내려오며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전에 어디에서 봤는데, 한국의 한 학생이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경험한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교수가 있어 그의 수업을 들었는데 강의를 참 못하더라는거다. 한국의 모교에 있던 교수님이 강의 수준도 월등하고 실력도 더 나은 것 같아 당돌하게 교수에게 본인의 의문을 물었을 때 교수가 한 이야기는,
"미국의 아이비리그가 인정을 받는 것은 그간 진행한 방대한 연구 실적과 결과물들을 오랜 기간 축적해두었기 때문이다"
였다고 한다. 교수실에 쌓여있는 수많은 서적들과 자료들이 그의 말을 뒷받침하고 있었으며, 그것들을 바탕으로 하여 그 위에 또다른 우수한 논문과 실적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시대의 화두는 개방이다. 인터넷이 열어준 환경은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정보의 개방이다. 그간 쌓여온 수많은 자료와 지식들이 개방되어 퍼지고 있으며 누구든 활용할 수 있도록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아이비리그의 수업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볼 수 있고, 우수한 논문과 분석들을 집에서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도 읽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습의 고속도로라 칭하는 환경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되고,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누구든 일정 수준만큼 도달하기에 외부적인 장애 요소가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참고: 웹 진화론1, 웹 진화론 2)
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은 위 언급한 우수한 교수에게 하나의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 이유가 나를 잠 못들게 했다.
바로 네트워킹. 즉 관계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비슷한 실력의 두 사람이 있을 때, 누군들 더 친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이미 회사들 사이에서는 평판이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사내추천 등을 통해 경력직을 받는 것이 일상화되어있다. 이 위에 정보와 학습의 고속도로가 얹혀지면 사회적 평판과 관계는 그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다.
Social Network Service (SNS) 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참여하게끔 만드는 것도 하나의 필연적인 트렌드인 것으로 보인다. 관계 속에서 내 정체성이 형성되고 그것이 쌓여 내 경력이 된다. 이를 잘 진행해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혼자 지독하게 공부만 해서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나는?
사실 내가 발을 딛고 날아가보려는 분야에 있어서 이렇다할 정체성도 없고 입지도 없고 인지도도 없고 관계도 넓지 않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있는건 아니고,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이 과정을 진행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잠이 오질 않았다. 비단 나 개인이 어떻게 보이느냐보다도 훗날 여러 직원들과 함께하는 한 회사의 대표로 있을 때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과 겹친 사뭇 진지한 고민.
뚝딱 헤치운 것은 아니고, 지금부터 두고두고 곱씹어볼만한 중요한 주제이다.